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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내가쓰는글이좋다

한창 이곳에 글을 쏟아내던 시절, 그때엔 내 글이 그리도 못나 보였다. 훤히 보이는 비대한 자아와 뚝뚝 끊기는 문장이 싫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몇 달 동안 나는 현실에 떠밀려 사느라 과거의 감상이나 그때의 상황 따윈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백지가 된 머리로 다시 읽은 내 글은 남의 것처럼 생경했다. 그제야 잘썼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글들은 더는 내가 쓴 글이 아니었고 그래서 나는 글쓴이가 아닌 완전한 타인의 입장으로 글을 읽었다. 비대한 자아는, 그래, 여전히 훤히 보였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렇지 않고서는 나오지 않는 글이 있다.

결국 나는 이 부푼 자아를 가지고 혀로 핥고 쓰다듬고 또 숭배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애무는 글로써 이루어진다. 결국엔 글이다. 결국엔 써야 한다……. 써야만 한다.

요즈음 꿈을 매일 꾼다. 아침이 채 지나기도 전에 기억에서 증발하는 꿈들이다. 그렇게 증발했어야 하는 꿈 중 하나를 나는 기록해뒀다. 그날은 5월 5일이었다. 꿈에서 나는 한 달 안에 죽는다고 했다. 허무했다. 한 권의 책도 내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무엇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에, 오직 그 사실에 집중하여 나는 두려움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저 허무했을 뿐. 깨어나선 웃기는 꿈이라고 생각하며 넘겼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볼수록 그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 거다. 죽음 앞에서 두려움보다 앞선 감정이 허무함이라면, 그것이 내가 하나의 성취도 이뤄내지 못한 데서 온 거라면, 특히나 한 권의 책도 내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온 거라면, 그렇다면 나는 책을 써야 한다.

비록 그 결심을 한 날 팀 프로젝트를 하며 모든 정신이 날아가 버렸지만……. 마감은 임박하고, 나는 아는 것 없이 클로드에게서 복사한 코드를 아무렇게나 붙여 넣는데, 그때의 그 괴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날 두 개의 깨달음을 얻었다. 첫째, 나는 책을 써서 내야 한다.(글을 쓰는 것 말고, 책을!) 둘째, 스스로의 무능함을 실감할 때만큼 괴로운 순간은 없다. 그리하여 이후의 보름은 무능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에 가까웠다. 발버둥을 치다가, 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초조해하다가, 그러다가 종종, 한때 나는 내 사이트를 만들고 거기에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어느날 저녁 모든 공부를 제쳐둔 채 나도 모르게 내 사이트의 주소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읽은 예전의 글은 꽤나 괜찮았고, 그래서 나는 조금 울었고, 나는 내가 쓰는 글이 좋다고, 그렇게 중얼거렸고……. 과거의 내게서 위안을 얻으며 미래의 내게 위안을 주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계속 글을 써야 한다.

될 수 있는 한 닥치는대로 글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아무리 고통스러운 삶이라도 나는 살아갈 수 있다. 오직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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