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 이유는 없다. 없는 것을 찾아 헤매는 인간은 미치게 될 뿐이다. 생명엔 그 어떤 숭고한 가치도 없으며,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것엔 일말의 신성도 목적도 없으니, 그저 살것. 왜 존재하는지 궁금해하지 말것. 그것이 나의 자명한 결론이었다.
왜 그럼에도 나는 매일 밤 나의 존재를 의식하는가.
매일 밤, 나의 작은 방이 고요에 휩싸이고 전등의 불이 한켠을 환히 비출 때, 나는 고립되었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기꺼운 우울에 휩싸여 나의 존재와 그 이유와 세상을 생각한다. 텅 빈 속을 채우기 위해 끈질기게 운동한다. 정지 상태는 싫다. 운동을 하는 순간- 고민하는 순간, 그때에만 맛볼 수 있는 묘한 성취감을 향하여……. 이때 중요한 점은 하나.
과하게 생각에 빠져들지 말것.
얕은 생각은 묘한 성취감을 동반하지만, 치열한 존재 고민은 곧 피할 수 없는 공허에 도달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시늉만 한다. 그러나 시늉이 쌓이면 그것 역시 고통이다. 제대로 된 생각은 하지 못하냐는 스스로의 질책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엔 목줄 잡힌 개처럼 생각을, 공허를 향해 끌려간다.
따라서 텅 빈 속을 견디지 못하고 끈질기게 존재의 이유를 찾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강렬한 우울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속의 공허를 채우겠답시고 더 큰 무無로 향하고 있으니.
삶과 존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인간이 제 영혼에 멋대로 갖다 붙인 사명은 삶의 이유가 될 수 있으나 존재의 이유가 될 순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삶의 이유를 존재 이유로 확장시켜 멋대로 충만해진다. 그러한 착각은 인생을 흐리고 편하게 만들어 준다.
그렇다면 나는 착각을 하고 싶다. 삶의 이유를 찾고, 삶의 이유를 곧 존재의 이유로 믿은 채로, 끝나지 않을 열정의 불꽃에 휩싸여 살고 싶다.
그리하여 내 삶에 방향이 생기도록. 벡터가 되어 유의미한 무언갈 할 수 있도록.
겨냥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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