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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WhileDrunk

맥주 몇 모금만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때다 싶어 맥주를 들이붓고 취한 채로 글을 쓴다. 글을 쓰기 위하여 나만의 사이트를 만들어야 했다. 도메인이니 호스팅이니 서울대 컴공에 재학 중인 주제에 아는 게 없어서 고생깨나 했다. 취한 상태로 약관에 동의하고 결제를 하는 건 고역이었다.

에어컨이 웅웅 돌아가고 크게 재생한 노래가 벽을 울리는데 나는 아찔한 정신으로 무어라 쓰는지도 모른 채 타자를 두드리며 머릿속을뒤적이고 있다. 지금 띄어쓰기를 빼먹었나? 띄어쓰기조차 헷갈릴 만큼 정신은 뒤죽박죽…… 그러니 글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것도 당연한 일이다.

매끄럽지 않은 채로, 주제가 휙휙 바뀌는 채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현 상황의 보고:

핸드폰을 바꿨다. 아이폰16pro에서 mive스타일폴더로 말이다. 스크린타임을 줄이고 싶었다. 현재 속해 있는 환경에서 멀찍이 떨어지고 싶기도 했고. 인생이 침체되었다고 느껴질 때면 이렇듯 새로운 일을 한다. 예고 없이 인생의 핸들을 꺾으며 내가 삶 전반을 통제할 수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통제는 내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키워드다.

기원을 다닐 생각이다. 그냥 불쑥 가서 어떻게든 어깨너머로 배우면 되겠지. 그래도 기본기는 있어야 하니(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기본기) 바둑팝이라는 바둑 앱을 깔아 AI와 대국 중이다.

복싱은 관뒀다. 더는 즐겁지 않다. 아니, 실은 대부분의 순간 즐겁지 않았다. 운동은 내게 있어서 스스로가 가진 약자성에 대한 혐오, 거기서부터 출발한 욕망의 발현이었으니까. 즐거웠던 순간이라면 첫사랑, 그뿐.

계란만큼은 난각번호 1번을 먹어야 해. 고기를 줄일것. 특히 닭고기. 왜냐하면 나는 앵무새와 함께 사니까……. 사랑. 사랑은 넓어진다. 앵무새를 사랑한다는 것은 닭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새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가축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피지배자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모두를 사랑한다는 것.

첫 글을 쓴다면 그것이 무의식을 토해내는 글이길 바랐다. 따라서 취기를 빌려 쓰는 이 글은 첫 글이자 대표글로 적격이다. 그것이 낭만이라고 생각했고, 막상 그 낭만의 한복판에 들어서니 전혀 낭만적이지 않으나, 어쨌거나 취한 만큼 글은 술술 써지니까.

그럼에도 낭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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