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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맺지않은글

죽어라 되뇌이는 것의 반대편에 그 사람이 있다. 그것이 내가 확신하는 유일한 명제였다. 사람은 본인이 하기 쉬운 것은 굳이 결심하지 않으며, 천성에 맞는 것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어려운 것, 닿을 수 없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여 갈망한다.

따라서 한 인간이 죽을 힘을 다해 결심하는 것은 그의 결핍을 보여준다. 그에겐 그것을 쉽게 이룰 힘이 없다는 증명이므로.

나의 일기는 우습다. 치기 어린 시절의 포부는 (뒤늦게) 머리가 자람에 따라 흔들렸고, 나는 눈앞에 아른대는 불안을 애써 외면한 채 나에게 겁을 줬다. 이뤄야 한다고. 이루지 못하면 죽으라고. 불안해 질수록, 더 거칠게, 이루지 못하면 죽으라고 그렇게 써내려갔다.

그쯤에서 나의 좌우명이 탄생했다. 萬折必東.

죽어라 되뇌이며……. 만절필동, 하고. 꺾이고 꺾여도 원래 향했던 곳으로 향하자고 그렇게……. 불안에 떨며.

삶의 오랜 시간 나는 내 삶을 변명해야 한다는 충동에 휩싸여 보냈다. 이 꺾임에도 의미가 있어야 했고 저 꺾임에도 의도가 있어야 했다.

그리하여

결국은

그곳으로,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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